책 소개
“나는 쓸수록 내가 되었다.
내가 선명해지자 사는 일이 캄캄해도 무섭지 않았다.”
5년간 1,000여 명의 학우를 글쓰기의 세계로 안내해온 작가, 고수리
나를 지켜주는 글쓰기에 관하여
“글쓰기는 더 이상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다. 마주 본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안다.”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매일 책상 앞에 앉는 당신에게 보내는
‘글쓰기’라는 내밀하고 다정한 세계로의 초대장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고등어: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를 쓰며 자신만의 따뜻한 시선과 다정함으로 독자들을 만나온 작가 고수리가 『마음 쓰는 밤』(미디어창비)을 출간했다. KBS 「인간극장」 취재작가를 거쳐 2015 제1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금상을 수상하고, 휴먼다큐와 에세이를 쓰기 시작해 어느덧 11년차 작가가 된 고수리. 이번에는 ‘나’라는 사람을 잃지 않게 일상의 중심이 되어준 글쓰기와 과거의 나를 만나 안아주고 위로해준 글쓰기부터 열 번을 주저하다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온 소중한 학우들을 만나게 된 글쓰기 수업의 풍경까지 가득 담았다. 지난 시간 동안 자신을 돌보고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 된 ‘글쓰기’라는 내밀하고도 다정한 세계를 활짝 열어 보인다.
여섯 살 쌍둥이 엄마이기도 한 고수리 작가는 육아와 집안일 틈틈이 글을 쓸 시간,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모은다. 가족들이 단잠에 빠져 있을 때인 동 틀 무렵부터 책상 앞에 앉는다. 손이 닿는 대로 책을 골라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만나면 곧바로 옮겨 적고 짧은 글을 쓰는, 아침 리추얼을 꾸준히 유지한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한 걸음으로 오래 쓰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삶을 언어로 꺼내어 쓴다.
무심히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도 고수리 작가의 시선을 거치면 뜨끈하고 뭉클한 영화 속 장면처럼 마음에 선명하게 맺힌다. 그런 고수리 작가에게도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되면서 묵힌 마음이 풀리고 생각이 정돈되자 비로소 상처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노라고, 툭 털어놓는다.
글쓰기에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있고, 무릎이 푹푹 꺾이는 현실에서 스스로를 일으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생의 의지를 북돋는 효용이 있다. 특히 내가 사라지는 상실감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 직장인과 엄마들에게 더욱 글쓰기를 권한다. 내가 선명해질수록 사는 일이 캄캄해도 무섭지 않을 거라고, 글쓰기라는 용기를 내어 자신을 돌보고 다독여보자고, 알 수 없는 불안과 혼란을 느낄 때 글쓰기만으로도 마음이 괜찮아질 거라고, 고수리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우리는 모두 변덕스럽고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같은 마음을 견디며 산다.”
글은 왜 쓰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어떤 계기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 걸까. 고수리 작가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천장에 야광별을 애써 붙이는 일과도 같았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종이와 연필이 있으면 몇 번이고 나에게서 떠났다가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쓸수록 내가 되었다. 내가 선명해지자 사는 일이 캄캄해도 무섭지 않았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곁을 돌아보고 돌볼 수 있었다. (7면)
떠밀려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날마다 예민해지고 피곤한 나를 발견했을 때, 내가 아주 별로인 사람이 되었다고 깨달았을 때, 고수리 작가는 그날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짐했다. 나의 불안은 내가 껴안기로. 어차피 잠들지 못할 바에야 잠들지 않기로. 캄캄한 밤 침대맡에 앉아 노트북 모니터 불빛 아래 글을 썼다. 하나둘 나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글 쓸 때만큼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누구에게도 말 걸지 않아도 괜찮았다. 양팔을 들어 동그라미를 그린 만큼이어도 충분했다. 양팔을 둘러 스스로를 껴안아주기만 해도 충만했다. 나는 완벽한 혼자가 되었다. 그제야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멀미가 그쳤다. (108면)
첫 책이 나온 뒤 아이 둘을 낳았다. 그 뒤로 육아에 전념하다 “아이들과 복작거리며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는데도 내가 해낸 일들은 쌓이지 않고 녹아서 투명하게 사라졌(33면)”을 때, “말할 수 없는 이야기와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을 스스로 어찌할 수 없을 때(114면)”면, 더디더라도 꾸준히 읽고 쓰는 일만이 자신을 붙들어주었다. 이전과는 완벽하게 다른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요동치는 감정을 다독이며 글을 더욱 절실히 붙들고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엄마들에게 손을 뻗어 함께 글을 쓰자고 이야기했다. 내가 사라질수록 내가 간절해지는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
엄마들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 집과 부엌과 커피와 책과 창문과 돌봐야 할 존재들이 머문 당신의 작은 세계. 그 작은 세계에서조차 가장 작은 존재는 아이들이 아니라 당신일 것이다. 그곳에 톡.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놓아둔 작은 점 같아 보이지만, 그러나 알고 보면 가장 깊은 곳에 심어둔 작은 씨앗 같은 존재. (중략) 죽어가도록 그냥 두지 말고, 물 같은 사유를, 바람 같은 음악을, 햇빛 같은 마음을 틈틈이 주면서. 그렇게 나를 키워가며 알아냈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피어날 사람인지, 얼마나 아름다울지. 내내 궁금해하고 읽고 쓰고 생각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알아내면 좋겠다. (114-115면)
고수리 작가에게 글쓰기란 나의 지나온 자리를 자국으로 남겨 하나의 별자리를 완성하는 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순간을 대신 기록해주는 일, 나만 아는 나의 소중한 사람의 표정을 기억해주는 일, 어둡고 힘든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내가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일이다. 투명해지는 나를 붙잡고 매일의 기록으로 나를 스스로 증명해내는 일,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는 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끝내 잘 살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매일의 기록은 시시했지만 그것들을 모으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인생의 기록이 되었다. 나는 고유한 사람이 되었다.”
『마음 쓰는 밤』은 글쓰기와 관련한 고유한 에세이면서 동시에,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고수리 작가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곳곳에 숨겨둔 글쓰기 수업서이기도 하다. 나의 글에는 왜 깊이가 없을까 하는 고민에 빠진 사람에게는 자신의 글이 앞으로 계속해서 잘 자라게끔 나를 다독이라 말한다. 더불어 깊이에 연연하는 대신 나다움, 자신만의 목소리를 먼저 찾을 것을 당부하면서.
내가 나인 채로 사는 게 답답한 사람들에게는 글을 쓰며 무언가로 변신해보기를 권한다. 굳은 표정으로 속마음은 외투 속에 감춘 채 하루를 보낸 학우는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도 아무에게도 비난받지 않는 안전한 글쓰기 수업 시간에서야 비로소, 밤마다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자유로이 몸을 흔드는 나무가 되어본다. 아무것도 아닌, 가만히 있는 나무가 되어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한다.
이곳에서만큼은 우리가 받아들여진다는 신뢰가 쌓이면 글쓰기 수업의 학인들은 살면서 꽁꽁 감춰두고 꾹꾹 눌러놓은 이야기를 글로 써낸다. 글을 쓰고 직접 낭독하는 글쓰기 수업 동안 흘릴 눈물을 대비해 두루마리 휴지를 준비하는 건 고수리 작가만이 아니다.
그때 가장 중요한 건, 침묵을 잘 지키는 일. 가만히 기다리면서 침묵한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침묵한다. 침묵으로 말한다. 우리가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노라고. 눈빛과 몸짓과 숨결로 다정한 침묵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끝내 낭독이 중단되더라도 대신 읽어주지 않는 것이 무언의 약속. 울더라도 끝까지 나의 이야기를 나의 목소리로 읽어보기. 몹시 힘들지만 모두 해내고 만다. 그런 때에는 어디선가 뻥, 깨끗하고 홀가분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
“딸기잼 병 라벨에서 이런 문구를 읽은 적 있어요. 뚜껑을 처음 열 때 ‘뻥 소리’가 나야 정상 제품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진짜 내 이야기를 꺼낼 때 울음이 터지는 건 정상입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다행인 일이에요. 이제 활짝 마음을 열어 마음껏 써볼 수 있어요. 깨끗하고 홀가분하게 진짜 내 이야기를 써보세요.”(209면)
세수라도 한 듯이 한결 말갛고 홀가분해진 얼굴들을 마주한다. 처음 글을 써보는 글쓰기 수업에서, 다니는 내내 뭘 쓸까 생각하다 시도 때도 없이 마음이 뜨거워지고 왈칵 눈물이 나기도 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노라고 고백하는 20년 지기 친구의 엄마와 학우가 되고, 지겨울 정도로 오래 아픈 몸으로 살아온 학우의 이야기에 함께 감응하고, “요즘 마음이 어때요?” 서로에게 물으면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할 마음들이 쏟아지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글쓰기 수업이라는 불빛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든다.
자신의 글에 응답하는 독자들의 마음이, 여전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기하고 기적 같다고 고수리 작가는 밝힌다. 책에도 귀소본능이 있어, 꼭 맞는 독자들의 손에 쥐어질 거란 믿음으로 고수리 작가는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마음을 쓴다. 그 마음을 받아줄 당신을 기다리며.
차례
프롤로그 나의 자리로 돌아가는 일
1부 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원고료로 장을 보고 밥을 먹는다
나의 눈부신 이모들
행방불명의 시간이 필요해
왜 나는 깊이가 없을까
어둑한 구석에 머무는 마음
악플에 대처하는 작가의 태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뀌는 거라고
언제든 삶에게 미소 짓는 사람
할머니로 태어난 건 아닐까
너는 아름답단다
걷다가 ‘줏어온’ 반짝이는 예쁨들
걷지 못하고 멈춰 서는 날들
단 하나의 눈송이를 만났다
기적이 찾아왔다
삶에 별빛을 섞으십시오
2부 무용한 글의 아름다운 쓸모
찾고 모은다는 신비한 일
흔들릴 때 글쓰기
쓰는 엄마들에게 하고픈 이야기
까만 위로
청탁이 재능
‘엄마 작가’가 글 쓰는 법
당신이 일기를 쓰면 좋겠습니다
늘 이만큼만 써라
금요일 밤마다 우는 작가
마음은 편지로
매일 답글 다는 작가
아침마다 떠나는 여행
21그램의 기억만 남긴다면
아름답게 시작되고 있었다
계속 쓰는 마음
3부 우리에게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글쓰기’라는 문을 여는 사람들
나는 기억한다
이름으로 불러보는 이야기들
당신이 누구든 무엇이든
진짜 내 이야기를 꺼낼 때면
숨겨둔 마음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시월의 수산나
누구나 살아온 만큼 쓰게 된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
햇볕 쬐기
모든 질문의 답은 사랑
나다운 인생의 얼굴을 하고서
우리에게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에필로그 아무것도 쓰지 않고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
본문 속으로
이런저런 말들에 휘둘리지 말고 깊이 대신 목소리를 찾을 것. 당장 최고가 되려 말고 지금 최선을 다할 것. 그렇게 버티는 시간은 조금 오래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창작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런 지난한 시간을 지나며 단단해지고 다듬어진다. 나다운 걸 찾아낸다. 날카롭고 유려하게 벼려서 단 하나의 점을 꿰뚫을 순 없겠지만. 뭐랄까. 내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좀 이상하고 아름다운 그런 어떤 것. 당신만이 만들 수 있다. (42면)
그럴 때마다 나이 든 작가들의 삶과 글을 찾아 읽는다. 박완서, 오정희,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토니 모리슨……. 아이를 키우고 생활을 지키며 글 쓰던 작가들은 더딘 걸음을 어떻게 걸어갔을까. 그들의 글을 읽으며 글 쓰는 엄마로, 여자로, 나이 드는 일을 생각한다. 물론 나는 그들처럼 대단한 필력을 가지진 않았지만 쓰는 삶을 살아가는 마음이나 태도 같은 것들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작가들이 말한다. 지금은 서두르는 대신에 정성을 다해야 할 때, 너무 일찍 작가인 척하지 말고 충분히 자라라고, 천천히 영글어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라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할 부끄러운 내 글을 날마다 버리며 바란다. 자라라. 충분히 자라라.(82면)
마음을 쓸수록 닮은 마음들이 나에게 온다. 어울리는 독자를 잘 찾아간 마음이 다시 나를 찾아 돌아온다. 작고 조용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나에게 돌아와 마음을 다해 쓰라고 다시 붙잡아준다. 책뿐 아니라 마음에도 귀소본능이 있다. 결국, 글을 쓴다는 건 마음을 쓰는 일이라고. 나는 계속 쓰면서 실감한다.
돌아온 마음들에게 한 번쯤 전해주고 싶었다. 내가 만드는 책의 페이지에, 모든 이름을 불러주고픈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답장하고 싶었다. “계속 읽어주기에 계속 쓸 수 있어요. 언제 어디서든 잘 지내요. 우리 기쁘게 다시 만나요.” (95면)
사람, 삶, 대화라는 화두는 평범하고 진부하고 때론 감성적이라며, 뻔하고 하찮게 여기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들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적 있는지.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고민해본 적 있는지. 사려 깊은 말 한마디를 건네본 적 있는지. 오가는 그런 말들에 마음이 움직인 적 있는지. 그런 순간들은 정말이지 뻔하지 않다. 하찮지 않다.
매일 나는 잠시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마음으로 살아본다. 사람이 잘 자라주어 기특하다. 이상하고 신기한 삶이 아름답다. 내가 고르고 고른 한 마디가 힘이 된다면 흐뭇한 일이다. 어느새 나는, 내가 나라는 게 더는 지긋지긋하지 않다. 잘 살아보고 싶어진다. 사람과 삶이 아름다운 것 같아서. (157면)
모든 글쓰기 수업은 그렇게 시작된다. 나는 기다린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우리는 만난다. 웃는다. 이름을 묻고 이름을 기억한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대단할 것 없는 태연한 만남 같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기까지 문밖에서 열 번의 주저함과 열한 번의 용기가 오고 갔다는 걸 안다. 실은 몹시 힘내어 문을 열고 들어왔음을 알기에 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나에게도 애쓰는 마음이 필요하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기 때문에. 지금 눈을 마주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나는 알게 될 것이다. 여러 차례 만나는 동안에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속 깊게 관여하게 될 것이다. 마음을 다하고 싶다. (182면)
글쓰기는 매듭짓기가 아니라 매듭 엮기다. 내 이야기에 내 방식대로 매듭을 묶어보고 다른 이야기로 연결해서 쓰고 묶는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해 연결된 삶이라 생각해본다면, 나는 그것들을 내 방식대로 묶고 엮고 다시 이어갈 수 있다. 여러 번 실패할 테지만, 여러 번 다른 결말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그사이 나도 모르게 깊어진 사유와 새로운 희망 같은 걸 품고서, 깨끗하고 홀가분하게 내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다. (210면)
글쓰기 안내자가 되었다.
사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이끌고 이어주는 사람.
단순히 글쓰기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로 나의 이야기를 찾고 나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주고 싶어서 ‘강사’가 아닌 ‘안내자’라고 스스로 이름 붙였다. 열 살 어린이부터 희수 노인에 이르기까지 성별, 연령, 직업 모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글쓰기를 안내했다. 어떤 이는 꾸준히 써서 책을 내고 작가가 되었다. 어떤 이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고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또 어떤 이는 사무친 이야기를 훌훌 털어내고 홀가분하게 살아갔다. 분명 글쓰기에는 힘이 있었다. (267면)
깨달았다. 나는 읽고 쓰고 가르치고 돌보는 내 일을 아주 사랑한다는 걸. 단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나라는 사람이 나무나 바다처럼 자연스러운 존재 같다. 삶과 일의 분명한 경계를 생각해본 적 없다. 삶에도 글이 스미고 글에도 삶이 스미고, 삶은 삶끼리 스민다.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다. (281면)
저자 소개
_고수리 (글)
쓰고 돌보는 사람. KBS 「인간극장」 취재작가를 거쳐 휴먼다큐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모두 사람의 이야기라서 좋았다. 글을 쓰며 보통의 삶에도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걸 배웠다.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를 지었다.
어느덧 11년 차 작가, 책을 짓듯 삶도 부지런히 짓는다. 여섯 살 쌍둥이 형제를 키우는 엄마 작가로 날마다 육아하고, 살림하고, 읽고, 쓰고, 가르치는 생활을 규칙적으로 한다. 지난 5년간 창비학당, 세종사이버대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글쓰기 안내자로 활동하며 1,000여 명의 학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도왔다. 사람을 돌볼수록 나를 돌아보며 마음을 쓰게 되었다. 글쓰기는 나를 지키며 삶을 돌보는 일이라 믿는다. 결국에는 사람을 안아주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