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맛있게 먹고, 정성 들여 쉬고, 하루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생활’력의 발견
키키와 진아가 전하는 나를 탄탄하고 윤기 나게 만드는 단어 수집 생활
‘오늘의 단어’의 다른 말은 ‘내가 고른 행복’이다
★ 김소영(『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수신지(『며느라기』 저자) 추천 ★
일상 속 포근한 장면을 포착해 동그란 그림과 글로 사려 깊은 목소리를 내는 작가 임진아의 만화 에세이 『오늘의 단어』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2020년 시(詩) 큐레이션 앱 ‘시요일’에 연재했던 「키키의 산책」에 만화와 글을 새롭게 보탠 이 책은 연재 당시에도 독자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전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아직, 도쿄』 『사물에게 배웁니다』로 많은 공감을 끌어낸 임진아는 어제의 평범한 단어를 모아 오늘의 섬세한 문장으로, 오늘의 작은 경험을 연결해 내일의 특별한 이야기가 되도록 꾸준히 쓰고 그리는 작가다. 그런 그가 『오늘의 단어』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2인조로 나타났다.
강아지 키키와 인간 진아가 같이 살면서 깊이 관계 맺는 삶을 보여주는 이번 책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주는 존재가 곁에 살아 숨 쉰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고 있다는 감각만으로 인간이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오늘의 단어』는 강아지 키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 키키와 진아가 대화하며 모은 단어들을 상상하는 데서 출발해 둘의 내밀한 생활을 더한 본격 픽션 에세이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속 깊은 친구 키키와 어딘가 엉뚱한 진아의 유연하고 경쾌한 동거가 시작된다.
“내가 꾸린 가족의 이야기, 다른 존재와 맑은 마음으로 대화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같이 살더라도 각자의 시간이 반짝이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개와 사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행복이, 개가 낯선 사람에게는 몰랐던 귀여움이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먼 훗날의 내가 다시 읽더라도 울지 않을 수 있는 만화를 그립니다. 이건 만화 속 진아와 연필을 잡고 있는 진아, 둘의 약속입니다.” (342면 「작가 후기」 중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살뜰히 챙기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는 오늘의 느긋한 기쁨
임진아에게는 오랫동안 자신의 세계를 가꿔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가 있다. 건강한 휴식을 누리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일하고, 맛있는 한 끼를 먹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한다. 나를 망치는 인간관계는 잘 정리한다. 억지로 웃으며 앉아 있다가 홀로 울어댄 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을 조금이라도 느리게 걸어가고 싶어서 아침과 밤에 스트레칭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스트레칭은 지난밤에 풀어헤쳐 놓은 생각을 꼿꼿하게 세워주고, 밤에 하는 스트레칭은 오늘의 근심이 내일로 넘어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임진아 작가의 이토록 잘 닦인 생활은 우리의 마음을 회복시켜준다. 오로지 목표만 보고 달려가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면, 반복되는 일상 속 반짝이는 순간을 기록하고 자신의 마음을 텃밭처럼 소중히 돌보는 이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말풍선에 귀 기울이며 오늘을 가꾸고, 나를 위한 시간을 살뜰히 챙기게 될 것이다.
“오늘, 나를 잃어버릴 뻔한 일을 겪었나요. 밤에는 내가 아는 나를 만나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나를 내버려둔 채 그저 나와 단둘이 고요히 있다 보면 여럿의 나를 만납니다. 거기서 가장 만나고 싶은 나를 만나 다시 출발한다면, 내일 아침에는 오늘보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을지도요.” (207면 「밤」 중에서)
‘오늘의 단어’의 다른 말은 ‘내가 고른 행복’이다. 키키와 진아가 촘촘히 엮은 만화와 글을 읽다 보면 애호와 존중의 자세가 얼마나 근사한지 알게 된다. 좋아하는 단어를 매일 모아보자. 정확한 뜻을 지닌 단어처럼 자신만의 취향과 태도를 품은 고유한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심해서 고른 행복이 눈앞에 있다. 마치 여기서부터 행복해지란 듯이.
마지막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임진아가 소개하는 각 계절의 별미와 침샘을 자극하는 간식들이다. 물김치를 올린 물냉면, 가을 무를 넣고 끓인 뜨끈한 전골,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밤과 붕어빵, 싱싱한 채소를 곁들여 먹는 호밀빵 등 맛깔나는 먹을거리가 사계절을 채운다. 버터 바른 빵과 커피, 제철 과일, 떡볶이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꼭 준비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책을 읽다 말고 당장 지갑을 들고 뛰쳐나가 편의점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추천사
‘일상의 소중함’이나 ‘소소한 행복 ’ 같은 말은 맥없는 자기 위로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삶이 얼마나 치열한데, 행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렇게 쉽게들 말하나 싶었어요. 그래서 임진아 작가가 쓰고 그리는 평범한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느새 키키를 따라 그리는 나를 발견할 때면 의아했습니다. 이 힘은 무엇일까요. 이제야 비로소 알겠습니다. 그가 작은 기쁨을 얻기 위해 하루를 얼마나 성실하게 채우고 깊이 생각하며 바쁘게 기록하는 사람인지를요. 그렇게 찾아낸 의미들이기에 동그란 그림과 짧은 문장이 언제나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은 오늘 나의 단어는 ‘임진아’입니다. 그의 책을 읽는 것이 나의 소중한 일상이고 커다란 행복입니다.
- 김소영(『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여름이라서 겨울이라서 지금이라서 좋아. 한 쌍의 양말 같은 우리 둘이 같이 있다면.”
키키는 냄새로 좋아하는 것의 낌새를 잘 느끼는 친구입니다. 무가 달콤해지는 가을을 놓치지 않고, 찻물이 우러나는 모습을 바라보기 좋아하지요. 진아는 구운 식빵 위 버터 바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친구입니다. 추운 겨울에도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커피 내리는 모습을 구경하기 좋아하지요. 키키와 진아가 사계절을 보내며 나누는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래요? 이유 없이 한껏 메마르고 텁텁한 날 두 친구의 두툼한 다정함에 끼어 뒹굴다 보면 남은 하루를 살아갈 촉촉한 힘을 얻게 될 거예요.
- 수신지(『며느라기』 저자)
저자 소개
_임진아 (글)
누군가의 어느 날과 닮아 있는 일상의 우연한 순간을 그리거나 쓴다. 지은 책으로는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아직, 도쿄』 『사물에게 배웁니다』가 있다.